사거리의 모양을 본뜬 行(갈 행)은 彳과 亍(자축거릴 촉)이 합쳐진 글자이다. 두 글자 모두 사람이 왕래하는 네거리[行]의 한쪽 부분이 없어져버려 조심조심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표현하였다. 장마철 산길이 큰물에 쓸려내려 가고 흔적만 남아있다면 아마도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彳을 부수로 거느리고 있는 글자들은 대부분 천천히 걷는 상황과는 관계없이 대부분 ‘진행’의 의미를 가졌는데, 徃(갈 왕), 徏(오를 척), 徫(걸어갈 위), 復(돌아올 복) 등이 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