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에서는 모로 눕힌 시체의 모습을 본떴다. 몸을 구부리고 있는 모양을 본뜬 己(몸 기)에서 다리부분인 마지막 획을 왼쪽으로 활짝 핀 모습이다.
尸는 ‘주검’이라는 대표적인 뜻을 가지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尸를 부수로 거느리고 있는 글자들 중 屍(주검 시)를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대부분 시체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졌다. 이는 글자를 보는 사람의 시각이 어디에서 시작되느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모로 누인 시체의 모습을 위에서 내려 본다면 尸가 시체의 모양을 본떴다고 할 수 있지만, 앉아 있는 모습을 옆에서 봤다면 의자가 생략된 앉은 자세를 한 사람의 모습을 본떴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