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에서는 술단지의 모양을 본떴다. 그런데 지금은 12지지(地支) 가운데 ‘닭’이라는 뜻만 도드라지고 술단지라는 뜻은 거의 없어지고 말았다. 닭이 술단지를 먹어버린 셈이다. ‘집 면(宀)’를 ‘갓머리’로 부름으로써 원래의 부수의 의미가 상실되어 버리고 만 것처럼 원래의 뜻을 되돌려 줘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술[酉]을 흉[凶]하다는 뜻의 酗(주정할 후), 술단지[酉]에 든 액체[氵]는 酒(술 주)의 경우처럼 ‘술’, ‘술단지’의 본래의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막걸리처럼 발효하여 만든 오래되면 식초로 변하듯이 발효된 음식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술이[酉] 오래되면[昔] 만들어지는 醋(식초 초), 병에[酉] 오래 담아 두어 장차[將] 발효시키는 醬(간장 장) 등이 있다.
술 먹은 다음날 먹는 국을 흔히 ‘해장국’이라고 한다. 그 뜻 역시 ‘속풀이국’ 정도로 이해하여 ‘해장(解腸)국’으로 알고 있지만 ‘해정(解酲)국’이 옳은 표현이다. 여기서 酲은 ‘숙취’라는 뜻으로 숙취를 푸는 국을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