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하게 다리의 모습을 갖추고 사납게 입을 벌리고 있는 짐승의 모습을 본떴다. 오늘날의 ‘발 없는 벌레’라는 뜻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형을 갖추었다. 그래서 이 글자를 부수로 거느리고 있는 글자들은 대부분 사나운 짐승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입을 벌린 사나운 짐승[豸]이 사람이 편하게 술을 푸기 위해 고안한 구기[勺]처럼 사냥물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잡는다는 뜻을 가진 豹(표범 표), 재주[才] 많은 사나운 짐승[豸]인 豺(승냥이 시), 붓[율]을 만드는 재료인 털이 달린 사나운 짐승[豸]을 뜻하는 貄(짐승의 몸에 긴 털 많을 사) 등이 있다.
이처럼 豸로 구성된 글자들은 ‘지렁이’ 등 기어 다니는 곤충의 뜻은 없지만 《신증유합(新增類合)》에서, “타고난 자질이 꿈틀거리고 기어다니는 것을 충치라고 한다.[稟質蠢蚑 乃是蟲豸]”라고 한데서 ‘발 없는 벌레’라는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