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둥이와 양쪽다리, 몸통과 꼬리까지 표현된 돼지의 상형자이다. 물불가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드는 것을 저돌적(猪突的)이라고 하는데, ‘돼지스럽다’는 말로 바꾸어 쓸 수 있겠다. 그런데 돼지에게 만약 “넌, 너무 저돌적이야!”라고 한다면 욕으로 들을까? 칭찬으로 들을까? 돼지는 인간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동물로 다른 동물에 비해 ‘돼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가 특히 많다. 사람도 나이에 따라 구분 짓는 이름이 없는데 豝(두 살 돼지 파), 豜(세 살 돼지 견) 등의 경우처럼 나이에 따라 구분 지을 만큼 중요하게 생각을 했던 짐승이다.
또한 돼지를 이르는 동의어(同義語)가 몇 가지 있는데, 豕는 일반적인 야생돼지와 집돼지를 포괄하고, 豚(돼지 돈)은 새끼돼지, 彘(돼지 체)는 화살 맞은 돼지로 구분이 된다. 또한 家(집 가)는 돼지[豕]를 키우는 집[宀]을 이른다.
간혹 돼지머리의 뜻을 가진 彑(계)를 ‘고슴도치’라는 뜻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고슴도치를 돼지와 같은 범주라고 생각한 옛 사람들이 ‘고슴[가시]+도치/돗[돼지]’이 합쳐진 말로 ‘가시돼지’라는 의미이다. 돌고래 역시 돼지처럼 뚱뚱한 고래라는 의미로 ‘돗[돼지]+고래’라고 지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