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서 나는 쌀은 살이 되고 생명이 된다. 이러한 米자는 원래 벼이삭에 수많은 낱알들이 달려 있는 모양을 본떴다. 오늘날의 글자로만 보자면 마치 八 + 十 + 八이 합쳐진 것처럼 보여 88세의 나이를 미수(米壽)라고 한다. 또 쌀은 농부들이 88번이나 손이 가야하는 귀한 곡식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사람이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는 것이다. 먹는 행위는 나의 삶을 이어가는 행위임은 분명하지만 식물이든 동물이든 또 다른 생명을 먹음으로서 나의 삶을 연장시킨다고 생각하면 한 끼 먹는 것조차도 조심스럽다. 17세기 소빙하기(小氷河期)가 찾아오면서 전세계의 온도가 1~2도가 내려갔다. 이로 인해 조선시대에도 여러 차례 기근의 시기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경신대기근(庚申大饑饉)과 을병대기근(乙丙大饑饉) 때는 상상을 초월한 100만 명과 14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아사자(餓死者)들이 발생하였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는데 이처럼 냉해로 인한 흉작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속출하고 말았으니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조상들이 겪었을 아픔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